[서평] 슬픔과 허무의 언어를 마주하다 / 김영명
슬픔과 허무의 언어를 마주하다기형도,『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사 김영명 슬픔과 허무의 언어들이 통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픔과 허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노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한편엔 온통 맛집과 아이돌, 드라마 속 로맨스에 관한 언어들 뿐인 요즘이지만, 슬픔과 허무의 감정들은 여전히 어느 구석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누군가의 자살이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나 우울에 관한 여러 통계들이 이를 증명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언어에서 슬픔과 허무의 감정들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이 세대가 자신과 이웃의 슬픔과 허무를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일말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로부터 낯설어진 이 언어들을 기형도의 시들로부터 발견하게 된다.기형도는 죽음을 다룸으로써 인간 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