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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나의 연구 주제, 한국 기독교의 자기계발(2)

이원석(중앙대 문화연구 박사수료)


2. 자기계발의 의미

  일단 개념 규정을 하고 들어가자. 자기계발(自己啓發)이란 무엇인가?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이다. 언뜻 보면, 이것은 자기의 잠재능력을 계발하는 것으로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자기계발은 self-enlightenment를 번역한 것이 아니다. 이 오해는 엄격하게 말하자면, 중역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자기계발은 원래 우리가 사랑하는 영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원어는 self-help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할 때의 바로 그 스스로 돕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정확하게 번역하면 자조(自助)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늘상 기대는 일본도 처음에는 자조로 번역했다. 하지만 1967년에 타다시 타카오카(高岡正)가 출간한 『自己啓發』에서부터 이 단어가 등장한다. [정확하게 따진다면 橫山新作의 『警察精神講話集』(東京: 松華堂, 昭和6[1931])에서 소화 4-5년 사이에 행한 짧은 강화 가운데 하나의 제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삼자면 자기계발 강사 다카오카가 단행본 출간을 통해 그 단어를 선점한 것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일본의 경제부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일 터이다.] 

  자기계발의 의미를 이렇게 되새겨본다면, 이 하늘은 참으로 무심한 하늘이다. 내가 스스로 돌보지 않는다면, 나는 굶어죽어야 한다. 하늘도 나를 돌보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 하늘은 성경에 나오는 하늘이 아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만일 고아와 과부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한 심신이 미약하거나 이리저리 떠도는 나그네라면? 

  그러므로 자기계발의 전제는 그러므로 모든 것에 나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도 나로 말미암은 것이요, 그 해법 역시 내게 달린 것이다. 이게 미국적 맥락에서 활성화될 때에는 충분히 이해갈 만 한 것이었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마을을 만들기 해서 정신 무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맥락을 벗어나면 문제가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인디언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므로) 미국을 개척하는 정황에서 유용했던 이념을 이제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개인에게 이양(移讓)하는 구실로 활용하고 있다. 줄여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의 안정망을 허물고 개인에게 그 부담을 지우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기꺼이 내면화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복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윤리적 자기계발이고, 다른 하나는 신비적 자기계발이다. 전자는 노오력을 하면 된다는 식이며, 후자는 간절하게 꿈을 꾸면 된다는 것이다. 전자가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는 인간의 생각에 기초한다. 하나 양자는 모두 동일하게 주장한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법 또한 인간 내면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이 사이에 놓인 변종이 심리적 자기계발이다. 마음의 치유를 강조한다. 윤리적, 신비적 자기계발이 현실적 한계에 봉착할 때에 결국 내면의 힐링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이는 상처받은 자기계발적 주체를 회복시키고, 다시 일어서게 하기 위함이다(자기계발을 포함한 모든 주요한 이데올로기는 그 이데올로기를 중심한 특정한 사회 구조에 부합하는 주체를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