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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협동조합의 기독교사회윤리적 함의(4)

고재길(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4. 기독교사회윤리적 관점에서 본 협동조합

A. 협동조합의 가치와 기독교윤리적 가치의 만남: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통해 협동조합운동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기초로 한다. 각 설립자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정직, 공개, 사회적 책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윤리적 가치를 신조로 한다.” 협동조합의 가치는 한 조직이나 결사체의 단순한 결의문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이 실천해야 하는 윤리적 가치이다. 협동조합의 차별성은 “사업적 테크닉”을 “윤리적 사고에 종속”시키는 협동조합의 가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 협동조합의 가치는 기독교사회윤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맥을 같이한다. 기독교사회윤리는 자유, 정의, 평화, 공존, 진실, 화해 등의 기본가치를 지향하면서, 사회적 삶의 자리에서 공동선의 가치구현에 힘쓴다. 따라서 기독교의 가치와 협동조합의 가치는 기존의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삶의 질서를 구현하는 운동에서 서로 만날 수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이에 대한 좋은 사례이다. 1956년 작은 석유난로 공장에서 시작된 몬드라곤은 현재 금융, 제조업, 유통, 지식 등 4개 부문의 기업집단, 즉 협동조합복합체로 성장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협동조합지역사회는 “노동자들이 출자하여 자본을 만들고, 총회와 이사회를 구성하여 경영에 참여하고, 함께 일하는 ‘노동자 자주관리 생산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역시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에서 매출이 줄었고 8천명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전년 대비 8% 성장하는 회복세가 나타났고, 실직한 노동자들은 일상급여의 80%의 휴직급여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재교육을 통해 협동조합복합체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몬드라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세계인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B. 협동조합의 원칙과 사회정의의 실현: 협동조합의 원칙은 특별히 협동조합의 가치를 삶의 현장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100주년 기념 대회(1995년)에서 채택된 협동조합의 원칙은 다음의 7개의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가입,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자율과 독립 5) 교육, 훈련 및 홍보 6) 협동조합 간의 협동 7) 지역사회 기여. 협동조합의 원칙은 특정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스위스의 기독교사회윤리학자인 리히(Arthur Rich)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기본원칙에 대해 강조한다. 사회정의는 인간부합성(Menschengerechte)의 원칙을 실천함으로써 구현되는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 기독교사회윤리는 인간부합성(필자 주: 인간에게 옳고 정의로운 것)을 사회제도에 구현하는 과제를 가진다. 인간부합성의 원칙은 7개 기준 – 피조성의 기준, 비판적 거리의 기준, 상대적 수용의 기준, 관계성의 기준, 공동인간성의 기준, 공동피조성의 기준, 참여의 기준 - 이다. 이것을 협동조합의 원칙과 비교해 보면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가입”의 원칙은 상대적 수용의 기준과 관계성의 기준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의 원칙은 “참여의 기준과 연결”되고 “협동조합 간의 협동”과 “지역사회 기여(공동에 대한 관심)”은 공동인간성의 기준과 공동피조성의 기준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리히의 인간부합성의 원칙과 협동조합의 원칙이 경제적 삶의 자리에서 실천된다면 조합원들의 삶과 지역공동체는 정의의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의는 “사회제도들의 정의로운 구조와 기능에 관심”을 갖는 사회정의이다. 물론 협동조합운동이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에서 완벽하게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원칙은 하나님 정의에 대한 상대적 차원의 정의인, 인간의 정의를 실현하길 원하는 기독교사회윤리의 원칙과 함께 할 수는 있을 것이다.

C. 지역사회를 위한 협동조합과 교회의 공공성: 일본의 협동조합운동의 대부인 가가와 도요히코는 그의 책, 『우애의 경제학』에서 기독교적 가치에 근거하여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과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특별히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조합원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조직”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하면서, 이러한 태도는 다른 사회운동단체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이것은 자본주의의 시장경제 안에서 안주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는 조합원들의 의식을 고양시키는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협동조합의 성과물이 지역사회와 비조합원의 공익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는 단순히 “기업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제적인 공간”이나 또는 “단순한 이익 창출의 도구”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 생활이 이루어지는 삶의 장소(life palce)”이다. 협동조합운동은 오늘의 교회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는 지역선교의 범주를 복음전도에 제한하지 않고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까지 나아간다. 성석환의 옳은 지적처럼 지역사회는 “단지 전도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가 함께 공동체적 삶을 공유해야 하는 장”이고,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선교신학의 변화가 아니라 선교가 실천되어야 하는 상황의 변화로부터 요청”된다.” 지역선교는 지역사회가 이익창출의 공간이 아니라 생명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삶의 장소’로 재인식되고 있는 상황의 변화에 대해 민감할 필요가 있다. 복음의 핵심은 한 사람의 영혼만을 구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복음의 관심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생명과 그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장소까지 나아간다. 그러므로 교회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자리와 그들의 가치지향적인 삶의 실현에 힘쓰는 협동조합운동과 함께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오늘의 교회는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이슈와 사회복지까지 교회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공신학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제 교회의 신앙은 사적 공간을 넘어 공적 영역까지 확산되어야 하고, 교회의 영성은 개인주의적 관점만이 아니라 공동체적 차원으로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역선교는 “협동조합이나 마을공동체와 같은 형태로 발전”해야 하며, 교회가 앞으로 실천해야 하는 지역선교의 공공성은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공공영역에 참여하는 일”로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