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협동조합의 기독교사회윤리적 함의(3)

고재길(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3. 협동조합은 대안적 경제모델인가?

A. 자본주의의 개혁과 협동조합: 장하성은 그의 책, 『한국자본주의』에서 2008년에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는 한 가지 질문 - “자본주의, 버릴 것인가 고쳐 쓸 것인가? - 에 집중한다. 그는 “자본주의 대안 찾기”와 “자본주의 고쳐 쓰기” 가운데 후자를 선택한다.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장하성의 분석은 회의적이고 부정적이다. 이러한 결론은 협동조합에 대한 그의 견해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협동조합을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적 경제모델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협동조합의 가치나 협동조합운동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그는 자본주의 경제구조 안에서 대주주 1인이 “모든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논의구조에서 평등한 의사결정권을 보장하는 협동조합의 민주적 관리(통제)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자본주의를 고쳐 쓰는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함으로써 한국사회가 정의롭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그에게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적극적인 차원의 도구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B.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문제와 협동조합: 서울 시립대학교의 명예교수인 안두순은 그의 연구논문 - “금융자본주의 시대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에서 협동조합의 가치를 다시 복원하고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협동조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추종하는 동안, 협동동조합의 중요한 가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은 “자조와 연대 및 상부상조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적응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반복된 세계경제위기는 협동조합에게 이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하고 협동조합운동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는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협동조합이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은 금융자자본주의가 초래하는 경제 위기 앞에서 새로운 과제를 갖는다. 협동조합은 조합의 대표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누리면서 세계화의 도전에 응전하는 대신 현상유지에 안주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조합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와 같이 협동조합운동은 안두순에게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차원의 도구로 보인다. 이것은 협동조합에 대한 장하성의 견해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그의 논문이 협동조합의 새로운 역할의 가능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존하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범주 하에서의 인정이기 때문이다.

C.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과 협동조합: 한국전산협동조합의 민영수와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의 이지문은 그들의 논문 - “자본주의 대안체제로서의 공선(共善)사회 모색: 협동조합과 추첨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에서 현존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대체하는 대안사회 속에서 협동조합이 갖는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개혁에만 머물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공선사회를 주장한다. 공선사회는 대안적 공동체의 사회인데 협동조합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이다. 공선사회는 “시장경제와 세계화를 계승하되 이를 인본주의와 공동체 정신에 입각하여 시장과 자본을 통제함으로써 규율 있는 사회체제 즉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적 요소가 결합된 사회의 건설”을 지향하는 사회이다. 그들의 연구에 의하면 첫째, 공선사회는 “공선의 가치가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사회”이고, 공선사회에서는 칸트의 정언명령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언제나 목적”으로 대우받는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최고의 지위를 갖지만 공선사회에서는 그 자리를 공선이 차지한다. 둘째, 공선의 가치는 “인류 존영”과 “개인 존엄”의 가치로 구성되는데 “환경보호와 신직접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자본제어, 시장제어”의 가치는 공선의 가치를 지지한다. 공선사회에서 협동조합의 결정적인 역할은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 협동조합의 주요 원칙인 “직접참여”는 “공선에 구체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정치절차이자 사회전반을 지배하는 운영원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