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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5)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5. 교회 공동체성의 회복이 대안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무엇보다도 가능한대로 빨리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사람들(13.8%)과 언젠가는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사람들(53.3%)을 합하여 세 명 중에 두 명은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다는 입장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91.8%가 신앙모임에는 참여하지 않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신앙을 잃지 않고 교회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교회 활동을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면접조사에서는 교회를 떠난 이유 중의 하나로 ‘신앙에 대한 강요’를 꼽았다. 스스로 나름대로의 신앙관을 형성하기보다는 주어진 답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나안성도들을 단순히 문제아 취급을 한다든지 불순종자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면접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회와 신앙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별 생각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애당초 교회를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과 생각들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사람들이 없었고 교회 안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결국 교회를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문 조사에서도 교회와 신앙생활에 대한 견해에서 교회 안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교회 안의 다양한 견해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목회자에 대한 무조건 순종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이것은 과거와 달리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 않고 교회가 공동체라 하더라도 획일적인 전체주의가 아니라 협의와 조정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회는 이렇게 다양해지고 높아진 성도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나안 성도,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는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성 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기성 교회에 대해 뚜렷한 불만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이고 그들 중에 일부는 기성 교회와 차별성을 갖는 대안적인 교회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중세 교회가 제도화되고 교권화 됨에 따라 수도원 운동이 일어나고 교권이 미치지 않는 사막으로 나갔던 사막 교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교회 제도화에 대한 반작용 운동이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나안 성도, 가나안 교회도 한국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데 대한 반작용이자 비제도권의 교회 갱신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을 섣불리 교화하려고 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기성 교회에서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회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파나 무할례파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 없이(골 3:11) 서로 다른 부류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가 되는 공동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영성과 사회성의 균형을 이루며 바람직한 공동체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야기되는 세이비어 교회의 고든 코스비 목사가 “참된 교회와 공동체에는 극도의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던 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교회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