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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4)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4.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

  필자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나안 성도들이 주도하여 세워진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 세 곳을 방문하여 참여관찰하고 가나안 교회 참여자들과 집담회 형식으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세 곳 모두 참여자는 20명 이내의 적은 인원들이 모이고 있었고, 모두 주일 오후 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한 곳은 다양한 연령대에 속한 2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었고 안수 받은 목회자가 설교를 하고 있었던 반면에, 다른 두 곳은 10~15명 정도로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설교는 신학 교육을 받은 전도사와 함께 일반 평신도도 돌아가면서 맡아서 하고 있었다.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세 교회에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적은 수가 모여서 공동체적인 환경에서 인격적인 교제를 하고, 리더십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적은 수가 모이기 때문에 친밀한 대면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예전 예배를 드리는 한 교회 외에 두 곳은 예배도 둘러 앉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드린다. 그리고 제도화된 기성 교회와 달리 이들은 특정인이 리더십이나 권위를 독점하지 않고 구성원들 모두 자유롭게 의사 표시를 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도 참여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들의 예배는 주일 오후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이고 주일 이외에는 다른 모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일 예배에 집중하고 이 시간에 삶을 나누고는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평일에 성경공부 모임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 일종의 ‘흩어지는 교회’를 표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일 예배 이외에 다른 모임이나 활동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관점에서는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사역이나 신앙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로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공통점이자 특징은 이 교회들은 예배 후에 그 날의 설교를 나눈다는 것이다. 이 세 교회 모두 설교 후에는 매일 설교에 대해 받은 감동을 나누기도 하고,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며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설교에 대한 비평을 하기도 한다. 기성 교회에서 설교 후에 설교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고 설교자에게 설교에 대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것은 교회 전통에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자로서의 목회자가 선포를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것은 상당 부분 일방성을 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가나안 교회에서 설교에 대해 토론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교회 전통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들의 신앙관과 교회관을 표출하는 행위로 이해된다. 가나안 성도들은 신앙은 고착화된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에 의해 정답이 제시되거나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교회는 이러한 과정을 수용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며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여기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자칫 기성 교회와의 사이에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으나 앞으로의 사회가 더욱 다원화될 것임을 감안할 때 교계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