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1)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1. 가나안 성도는 누구인가?
한국 교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는 십 수년 전부터 이 말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이십년 전에 신학교 다닐 때에도 이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 ‘가나안 성도’라는 말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가지고 있지만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찾아 다녔듯이 ‘새로운’ 교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가나안’이라는 말을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인 것과 같이 교회를 나가지 않는 또는 의도적으로 ‘기성’ 교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에는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3,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 개신교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는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좋은 교회를 찾는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서울의 어느 지역에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소그룹으로 모이는 일종의 신우회들이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아예 제도 교회에 나가기를 거부하고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목회자 없이 자신들끼리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일종의 대안 교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 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종교사회학의 관점으로 이 현상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를 작년 10월에 「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 가나안 성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IVP)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이 26%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온라인 조사의 특성상 젊은 사람들과 고학력자가 많이 표집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실제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4년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에서 조사한 결과에서는 10.5%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략 100만 명에 가까운 가나안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설문 조사에서 드러난 가나안 성도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기술하면, 이들 중에는 교회 출석 시 서리집사 이상의 직분을 받은 사람이 26.7%를 차지하였고, 교회 다닌 기간이 평균 14.2년으로 나와 대부분 10년 이상 교회를 다닌 사람들이었다. 또한 구원의 확신이 분명했다는 응답이 48.1%였고, 전체 응답자에서 네 명 중 한 명 꼴로 지금도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90% 이상이 교회 활동에 어느 정도 적극성을 띠고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교회를 옮긴 경험을 보면, 45.7%가 교회를 옮긴 경험이 없고, 여러 교회를 옮겨다녔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가나안 성도들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채 교회 밖에서 맴돌던 이른바 ‘명목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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