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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3)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3. 가나안 성도들의 특징

  가나안 성도들의 특징을 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첫째로 이들은 ‘강요받는 신앙’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신앙은 개인의 믿음과 관련되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신앙에도 집단주의적인 요소가 작용하여 자신의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든지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갖지 않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만난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에 친숙하지 않은 초신자들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면접자 18명 중 절반이 넘는 10명이 모태신앙이었음에도 신앙을 강요받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의 강요는 신앙 공동체에서조차 소통을 가로막는다. 신앙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공동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것이 같은 기독교 안에서도 다양한 교단과 교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네 기독교 안에서 이러한 차이는 차별을 낳고, 나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 또는 신앙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한다. 목회자의 말씀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거기에 질문할 수 없으며, 교인들 사이에서도 신앙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에서 야기되는 문제는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님에도 기존 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교회 구성원들의 주류에 속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가나안 성도들이 다른 교인들 속에 섞이기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교인들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원론식의 사고와 관련된다. 모태신앙자인 한 30대 남성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이 오래되면 될수록 세상과 자신을 구별 지은 용어들을 사용하고, 자기들끼리는 알아듣지만 밖에 나가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얘기들 속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지식정보화 사회 또는 포스트모던 사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 신앙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취미 생활의 하나로 여겨질 수 있으며,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다면, 하나의 장신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스노우는 이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를 D.I.Y. 종교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종교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취사선택을 하여 자기자신의 종교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나안 성도들에게서도 이러한 경향이 포착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독교에 대한 관념이 기존 권위와 충돌할 때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권위에 복종하기보다는 자기자신의 기독교를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교회에 대한 충성도가 덜하고 교회를 쉽게 옮기는 경향이 있어, 기성 교회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교회를 옮기거나 아니면 아예 자신들에게 맞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게 되기도 한다. 이것이 이른바 가나안 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