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2016년 제5회 아볼로 캠프 전문분야별 연구결과]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2)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2. 가나안 성도가 등장하는 이유

  이러한 가나안 성도가 등장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근대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뜻하는 ‘포스트모던’ 곧 탈현대적 경향과 관련된다. 근대 사회를 추동하는 힘은 진보의 개념이었으나, 탈현대성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역사의 진보라는 가정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에 기반한 과학의 권위가 실추하고, 다양하지만 동등한 중요성을 지닌 가치와 성향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탈현대의 세계는 고도로 다원화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탈현대 사회에서는 집단보다는 개인이 중시된다. ‘우리’라는 집단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을 찾고 느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는 ‘전문화되고 개성이 넘치는 개인주의 사회’가 될 것이다. 이것은 근대 사회에서 등장한 개인과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닌다. 그것은 바로 ‘소속 없는 개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사회 역할을 부과하는 획일적이고 상투적인 규범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대로 살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성 해방 운동, 가족 풍속의 해방, 이혼과 독신 생활의 증가는 모두 강요된 소속의식을 대신하여 개인의 독립을 내세우는 ‘탈제도화’ 개인주의 혁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탈현대 사회에서는 종교성도 바뀌게 된다. 탈현대 시대의 사람들은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영성은 추구하지만, 더 이상 제도 종교에 소속되어 강요당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실존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기호로 여겨지며, 그것이 갖는 이미지에 따라 선호되기도 하고 배격되기도 한다. 

  종교사회학자인 로버트 우스노우(Robert Wuthnow)는 오늘날 미국이 겪고 있는 심대한 가치의 위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초월성에 대한 추구를 자극한다고 보면서 새로운 영적 수단의 탐구가 되며 거룩한 순간을 ‘개인적’으로 찾는 것을 뜻하는 ‘추구의 영성’(spirituality of seeking)이 그동안 전통 종교가 제공한 것으로서 교회, 성당 같은 특정의 거룩한 장소에서 초월성을 경험하는 ‘거주의 영성’(spirituality of dwelling)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개인주의화 경향은 교회의 보이지 않는 교회로서의 특성을 강조하게 됨에 따라 보이는 교회, 역사적 교회, 기성교회를 부정하는 경향을 부추기게 되고, 이는 이른바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unchurched chrisitian)을 양산해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회가 다양하게 분화하고 다원화되기 때문에 이러한 탈제도화 경향은 보다 더 증가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관련하여 중심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구에서는 이미 ‘소속되지 않은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이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나안 성도 역시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교회를 떠난 이유 중에 절반이 개인적인 문제였고, 응답자의 42.2%는 떠났을 당시 교회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도화된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기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귀차니즘’의 성향을 갖는 사람들 곧 단순히 교회에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교회에 다니는 것이 흐지부지된 사람들도 일부 포함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나안 성도를 단순히 개인주의화된 신앙의 추구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교회를 떠난 이유가 개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교회에 대한 불만도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 이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30.3%)였으며 다음으로 “목회자에 대한 불만”이 24.3%, “교인들에 대한 불만”이 19.1%로 나왔다. 그리고 “신앙에 대한 회의”도 13.7%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교회에 대한 불만과 개인적인 이유가 거의 절반씩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학력자, 직분자,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목회자의 불만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는 응답이 많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회에 다시 나갈 경우 가고 싶은 교회에 대해서도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가 16.6%로 가장 많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교회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6개월 이상 고민했다고 응답하였으나 담임목회자나 부교역자와 상담을 하였다는 응답은 각각 7.1%에 불과하여 이들이 교회 지도자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회를 떠나는 것과 같이 중요한 문제를 목회자와 상담할 수 없다는 것은 공동체라고 하는 교회에 큰 허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