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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호, 2019, 『저항하는 그리스도인』, 복있는 사람.

 

   2016년 『한국기독교 흑역사』(짓다)(이하 『흑역사』)에서 근·현대 한국 교회의 어두운 역사를 명쾌하게 풀어낸 강성호 작가가 2년 만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한국 교회가 권력과 결탁해간 과정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역사의 다양한 국면에서 정의를 위해 싸운 용기 있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일제의 식민 통치에 국내외 전 한인 사회가 저항한 3·1운동부터 초대 대통령의 독재에 맞선 4·19를 거쳐 1980년대의 5·18과 6월항쟁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불의에 맞선 싸움마다 그 한복판에 있었던 그리스도인들의 얼굴들을 역사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전국 각지에서 3·1운동을 촉발시킨 전도부인들과 신사참배를 거부하기 위해 교회를 뛰쳐나온 원조 ‘가나안 성도’들, 1980년 5월 광주에서 도청을 지키다 스러진 신학생……. 책의 곳곳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기꺼이 껴안았던 용기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 알알이 박혀 빛을 내는 그리스도인들을 보여주는 것이 저자의 의도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오히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 역사학 연구자답게 근거 없이 미화된 소문들을 교정한다. 대표적으로 3·1운동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을 부각시키고자 천도교의 역할이나 천도교 측의 희생은 간과하는 경향을 꼬집는다.

  저자의 관심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한국교회가 기여한 바를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 『흑역사』에서 기독교의 위선을 파고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그의 날카로움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그는 한국 교회 여성들의 인권운동사를 다루면서, 한국 사회와 교회 안까지 깊이 뿌리박힌 가부장제에 도전하고 마침내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사회 의제화하는 데까지 기여한 기독여성들의 ‘미투운동’에 주목한다. 그런가 하면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기독인들이 신앙인으로서의 ‘예언자적 거리두기’에 실패하고 정치적 파벌주의에 휩쓸려간 역사에 대해서는 뼈아픈 일침을 놓기도 한다.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을 읽다보면 역사의 틈새로 파고들어오는 불의를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전작과 이번 책을 함께 읽다보면, 날카로운 분별력으로 깨어있지 않으면 거기에 휘말려 정의의 요청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 그야말로 한순간임을 명료하게 보인다. 그렇기에 저자는 3·1운동에서 시작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까지 쉬지 않고 정의를 위해 자신을 던진 그리스도인들과 한순간 머뭇거리다 실수하거나 실패한 그리스도인들의 궤적을 계속해서 독자 앞에 보여준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생이란 결국 몸부림”이라는 문익환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불의에 저항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삶 전부를 몸부림이라 해야 할 만큼,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끝이 없는 치열한 싸움이다.  싸움은 치열하지만 수고의 열매를 맛보는 순간보다 절망스러운 결과를 눈앞에 맞이해야 하는 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나라의 꿈을 꾸며 끊임없이 저항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의 희망이라고 강성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