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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독교지성운동의 사례연구: 한 개인의 연구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김상덕 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2014년은 미국 복음주의 지성의 대표적 학자인 마크 놀의 책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The Scandal of the Evangelical Mind)’의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의 스캔들이후 20년이 지난 현재의 미국 복음주의 지성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IVF 복음주의운동연구소는 한국의 기독지성운동을 점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간 영미권에서 진행되어온 기독지성운동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피고자 이 연구를 기획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역사적 논의나 철학적 논증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사례 연구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특별히, 한국 IVF와 한국교회라는 몸에 가장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이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배경연구: ‘스캔들이후 20?

놀은 한국어판 서문 (2010, IVP)에서 지난 20년 간의 평가를 간략히 소개한다. -미 간의 관계, 특히 기독교의 밀접한 연관성을 생각하면, 놀의 미국 기독지성운동의 평가에 대해 귀 기울이는 것은 이 연구의 중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그는 미국 복음주의 내의 반지성주의적인 걸림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 걸림돌에는 행동과 결단을 강조하고 바로 지금 완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즉각주의 (immediatism), 실제 상황에 주도적으로 대처하는 것과 [대중의] 지지자를 획득하는 것을 혼돈하는 대중주의, 성서적, 신학적, 윤리적 문제에 관한 한 […] 과거의 것보다는 현재나 자신의 판단을 우선시하는 반전통주의, 육신적, 지상적, 물리적, 물질적 실체의 모든 양상을 […] 섣불리 영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이원론 등이 포함된다.[1]

 

그는 미국 복음주의가 여전히 교육보다는 전도나 선교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쉽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며 (특별히 정치적 우파에 의해), 현재의 실존적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하기 보다는 종말론적인 문제에 과잉적으로 쏠려 있고, 인문학적인 이해나 발전을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는 점, 창조 과학이 다윈주의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오해하여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붇는 지적 자살에 가까운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평가한다.[2]

이러한 놀의 평가는 그의 책이 처음 번역된 1996 (엠마오 출판사) 이후 2010 IVP에서 새롭게 번역/출판되기까지의 한국 사회와의 평가와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한국교회가 여전히 미국 (복음주의적인) 기독교의 영향 아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겠다. 하나는 미국 외의 대안적인 모델을 찾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의 언급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성의 비판과 노력을 배우는 것이다. 이 연구는 시간과 지면의 한계 상, 후자인 미국의 사례에 한정하여 한국적 기독지성운동 모델을 검토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3]

            

미국 기독지성운동의 7가지 긍정적인 징후

미국 복음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놀은 스캔들이후 20년 간 나타난 기독지성운동의 긍정적 징후를 일곱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 복음주의자와 로마 가톨릭 간의 교류를 통하여 지성을 사용함에 극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것이 그의 평가이다. “복음주의자들은 가톨릭교도들에게 열정과 헌신, 지적 소비주의 문화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준 한편, 가톨릭교도들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전통에 대한 감각, 헌신, 인간 현존의 중대한 문제에 관한 수세기에 걸친 성찰을 가르쳐 주었다.”[4] 그는 이러한 발전에는 자연법’ (natural law)과 같은 가톨릭 전통의 요소를 선택적으로 수용한 결과임을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스탠리 하우어워즈 (복음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면)는 덕성 윤리 (virtue ethics)를 오늘 날 교회공동체의 윤리적 토대이자 공적인 영역에 공헌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 사용하기도 했다.

나는 가톨릭의 자연법 혹은 자연신학 (natural theology)의 활용이 한국 복음주의 안에서 더 늘어나길 바란다. 왜냐하면, 자연법은 공적인 영역에서 신학적 논의를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언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는 기독지성운동의 근본적인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네 대학교는 공적 이슈에 관한 신학적 성찰과 대응이라는 목표로 매년 저명한 학자를 초대하여 강연을 여는데, 바로 기포드 강연 (Gifford Lecture)이다.[5] 이 기포드 강연은 자연신학전통에 기반하여 신앙과 과학, 이성, 문화와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어우르며 스코틀랜드뿐 아니라 영국과 전 세계에 그 영향을 끼쳐왔다.[6]

두 번째 긍정적 평가로는 기독교학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기금들이 생겨났다는 점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노트르담 대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된 복음주의 학문을 위한 퓨 프로그램’ (Pew Programs in Evangelical Scholarship)을 꼽았다. 이런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1) 대학 및 교수들을 위한 연구 기금2)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을 제공했고, 3) 다양한 경력과 분야의 기독교 학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놀은 이 프로그램에서 복음주의를 유연하게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복음주의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과 복음주의 진영 밖의 그리스도인들과의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평가했다.[7] 이는 기독교지성운동을 위한 재정확보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재정의 사용은 복음주의자 학생과 학자들을 더 나은 학자가 되도록 돕는 데 쓰여져야 함을 시사한다.[8]

세 번째 징후로는 기독교 철학회의 지속적인 부흥을 꼽았다. 20세기 중반 이후 기독교 철학자들의 공헌은 모든 분야에 걸쳐 최고의 수준의 연구를 수행해 왔다.[9] 예를 들어, 기독교 철학자들의 연구협회인 기독교 철학회’ (Society of Christian Philosophers)와 이곳에서 발간되는 학술지 신앙과 철학’ (Faith and Philosophy)은 심도 깊은 연구논문 및 서평 등의 연구결과들을 정기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을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는 지적 엄밀성을 그리고 신앙적으로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놀은 이런 기독교 철학회의 공헌에 대하여, “복음주의자들에게 자극과 격려와 모범이 되며, 대학원의 멘토를 공급하고, 학문 활동에서 기독교 내부의 다양성을 추구할 기회를 주는 등 많은 유익이 되었다고 평가한다.[10]

한국 복음주의자들 사이에도, 소수의 기독학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신앙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적인 엄밀함을 유지하는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기독교학문연구회, 그리고 학술지인 통합연구신앙과 학문등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밖에도 창조과학회, 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 (성토모), 한국 라브리 선교회, 기독경영연구원, 국제창조사학회, 한국기독교대학협의회 등이 있겠다. 하지만 이상의 기독교 학술 운동 단체에 대하여 우리는 좀 더 엄밀한 잣대를 두어야 할 것이다. 조호연 교수는 자신이 번역한 책, 『기독교적 학문연구 @ 현대학문 세계』 (조지 마스덴, IVP)의 부록으로 한국의 기독지성운동의 흐름에 대하여 간략한 연구를 수록하였다. 그는 현재 이 운동 [기독교 학술운동]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은 신앙과 학문을 통합해야 한다는 대의(代議)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이것을 자신들의 세부 전공 분야에서 어떻게 학문적인 언어로 정밀하게 표현해 내느냐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11]

             놀이 언급한 미국 복음주의 지성의 긍정적인 다섯 번째 징후로는 복음주의 대학의 변화와 세속학문, 특별히 과학과 관련한,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꼽았다. 그는 미국 기독교대학교들이 고립화의 함정에서 벗어나 기독교 공동의 신념’ (Mere Christianity)을 추구하며 그리스도인에게 직업으로서의 학문의 중요함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종교와 과학사이의 대화를 위한 진지한 연구들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맥락으로, 기독교대학교 외의 일반대학교 내에서의 복음주의자 연구자와 교수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았다. 한국의 경우는,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학교와 1986,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를 중심으로 세워진 기독교대학교로 나누어 볼 수 있고, 벤쿠버 기독교세계관대학원 (Vancouver Institute for Evangelical Worldview)과 같은 연구소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놀이 언급한 복음주의 지성운동의 긍정적인 징후는 개교회나 교단 단위로 설립, 운영되는 기독교 연구소와 선교단체, 그리고 (일곱 번째인) 출판사들의 역할이다. 미국 기독학생회 (InterVarsity)의 대학원 및 교수사역 (GFM)과 복음주의권 출판사의 역할에 관하여 대중들을 위한 지성운동으로서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다.[12]

그는 하바드 대학에서 시작되어 현재 미국 다수의 대학에서 열리는 베리타스 포럼 (Veritas Forum)을 언급했는데, 나는 미국 유학 시절 운이 좋게도 이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13]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보면, 200여명의 학생들이 보스턴대학교 법학과 강의실을 가득 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흥미로웠던 점은 한 주제를 두고, 아마 법과 사회정의에 관한, 두 학자가 각자 기독지성과 세속학문을 대표하여 대화하는 식의 진행방식이었다. 두 걸출한 학자 사이의 진중한 대화를 보면서, 참가학생들은 자연스레 그 주제에 대한 진지한 (혹은 신앙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될 것이고, 신앙과 학문 사이에 대화가 통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좀 더 견고히 (마음뿐 아니라 머리로도) 하는 계기로 삼았을 것이다.

수년 전인가 한국에 불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은 한국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적 갈망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재된 잠재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피상적이고 감상주의적 선전구호 등에 휘말리기 보다 진지한 태도로 사회문제를 탐구하길 원하고 있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이런 측면에서, 기독지성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독교를 세속화라는 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젊은 지성인들의 지적 갈망을 해갈하고 그 잠재력을 발전시키도록 도와주는 적극적인 것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IVF의 역할과 방향은

이상의 미국 복음주의 지성운동의 예들은 한국의 상황과 유사한 점과 상이한 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IVF의 역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먼저, 기독지성운동에는 다음과 같은 분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n  대학교 (교육기관 형태)

n  학회 (학자 중심의 연구 집단)

n  문서운동 (출판 및 언론)

n  대학원생 및 교수 사역

 

이런 4가지 유형은 또 다시, ‘과연 청중(audience)이 누구인가라는 기준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자-학생, 학자-학자, 학자-대중, 학생-학생 등의 분류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연구 결과물(output)을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보면, 학위/학자 양성, 학회지/논문 발표, /잡지/웹진,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분류 방식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는 두 가지 축을 1) 학문성-대중성 (audience) 지향과 2) 연구중심-사람중심 (output) 지향으로 구분해 보았다. 그리고 위의 네 가지 기독지성운동 사례들을 아래의 도표에 표시해 보았다.

 

 

학문성

 

 

 

 

연구중심

네트워킹

 

학회

 

 

학교

 

 

 

 

 

사람중심

네트워킹

             

 

문서운동

 

 

 

대학원/교수사역

 

대중성

 

 

위 도표는 IVF 기독지성운동이 추구할 일종의 방향성을 생각해보기 위하여 편의로 나눈 것이므로 실제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다양한 변수들을 담아내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볼 때, 향후 IVF, 특별히 대학원생 및 교수 사역과 복음주의운동연구소가 지향하는 지점을 조금이나마 가시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현한 것이다. IVF 기독지성운동은 시작단계에 있으며 그 시작점은 대중성과 사람중심 네트워킹사이의 어느 지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대중성/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학문성과 연구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IVF 기독지성운동이 추구해야 할 학문성과 연구중심의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할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다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러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필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한 방법으로, 나는 한 개인연구자로서의 경험을 사례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무엇이 필요할까: 한 개인연구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기독교지성운동은 나에게는 생소한 분야였다. 오히려 오랜 시간 이 운동에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온 분들이 이 발제를 맡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기독교지성운동에 관한 배경지식은 물론 경험도 부족해서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조사해가면서 점차 느낀 점은 내가 이런 기독지성운동에 대해 미리 알았다면 혹은 이런 기독지성운동의 인프라가 어느 정도 있었다면 지난 7년 간의 유학 기간에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소위 미국 복음주의권 안에서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적어도 20년 이상 지속되어 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한 나의 작은 공헌이라면 한 개인으로서 나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개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럽지만 내가 경험한 일종의 어려움과 혼란, 그리고 필요 등을 나눈다면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본다.

나는 학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였지만 내 전공에 큰 흥미를 갖지 않았던 일종의 부적응자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 공부에 쏟을 열정을 IVF에 쏟았던 것 같다. 농담처럼 말하듯, ‘학부전공=부전공, 주전공=IVF’ 공식이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캠퍼스 복음화라는 구호에 뛰는 심장을 진정시킬 줄 몰랐던 열정(?)의 시기였던 듯 하다. 모든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학과 기도모임을 만들었고, 기독학생회 활동도 도왔다. 학과 행사와 IVF 행사 시간이 겹치면 늘 IVF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리더가 되고부터는 자연스레 학과로부터는 멀어지기 시작했고 학과 친구들도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나는 이런 IVF 중심의 삶의 방식이 좋았고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유학을 가기로 마음 먹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졸업 후 나는 활동학사로 같은 캠퍼스를 2년간 섬겼었다. 졸업이 다가 오고 취직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리더들은 일종의 회의감에 빠지곤 한다. 열심히 지부를 섬겼건만 자신의 처지가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된 것을 그제서야 깨닫기 때문이다. 신앙공동체 안에서만 있을 때에는 나와 같은 불균형한 삶의 태도를 깨닫지 못한다. 내 경우엔 활동학사로 섬기는 일이 내 진로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의 맨얼굴을 직면하게 된 것은 활동학사를 그만두고 진짜 진로를 고민하였을 때였다.

막막했다. 그때 나는 지독히도 낙천적이고 이상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던 듯 하다. 캠퍼스 간사 이외에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던 터라 거의 백지 상태에 가까웠다. ‘뭘 해야 하나뒤 늦은 고민 앞에 나는 첫 번째 장벽에 부딪힌다. 바로 내 진로를 가지고 진지하게 물어볼 학과 선배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내가 의지할 곳이라고는 IVF 선배나 간사들이 전부였다. 선배들은 나와 전공이 맞지 않았고 IVF 간사들의 조언은 교회 사역을 위한 신학교 진학 정도였다. 내가 4년 동안 전공한 행정학으로 사회에 공헌 혹은 사용될 방법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지 몰랐던 것 같다. 신학 전공으로 유학을 가려고 결정한 후 추천서를 받으러 교수님을 찾아갔을 때도 참 민망했던 기억이 남는다.

정리해보면, 대학원을 진학하기까지는 두 가지의 필요가 있었는데 하나는 정보의 필요이고 다른 하나는 멘토의 필요이다. 대학원을 결정하고 지원하는 과정 가운데 이런 정보와 멘토링이 있었다면 아마도 훨씬 수월하게 그 과정을 준비했을 것 같다. 당시 내가 도움을 받았던 것은 나모스 신학유학공동체였는데 주로 온라인 활동을 통해 신학유학과 관련한 각종 정보와 자료들을 공유한 곳이다. 이곳의 운영은 각 학교 및 전공별로 개인들에 의해 각양각색의 정보들이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명실상부 최고의신학유학 정보창고였다.[14]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데, IVF 복음주의운동연구소가 특정 분야와 관한 한 믿을만한그리고 성실한양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 IT의 발전으로 적은 사람과 재정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컨텐츠, 즉 무엇을 담을 것인가의 문제인데 컨텐츠 제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용성과 지속성이다. 시의적절한 이슈를 다룬 내용의 글들과 정보들이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제공될 때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멘토의 필요성은 우리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IVF가 가진 인적자원들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상당한 효과가 예상된다.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One-to-One 프로그램은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학사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멘토링 프로그램의 한 예이다.[15] 이 프로젝트의 성공의 원인은 다름 아닌 멘토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같은 과정을 겪어본 기존의 학사들이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에서 저마다 자신을 커밍아웃’(?) 하는 용기로 이끌었고 실제로 얼굴을 맞대며 진지한 멘토-멘티로서의 대화를 가능케 했다. 이러한 동기의 이면에는, 많은 학사들이 자신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같은 필요를 간절하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독지성운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이미 훌륭한 학자와 지성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살고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그들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어 주리라고 믿는다. 이 프로그램은 학사-학생 모두 자발적으로 하기 때문에 (중간 연결부의 개입 없이) 개인의 참여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한계를 갖는다.

우리가 할 일은 이 두 그룹을 이어주는 역할,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꾸준한 참여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주의운동연구소와 대학원/교수사역의 상호 협력이 절실하다. 교수 사역팀은 그리스도인 학자들을 모으고 같은 비전을 공유하며 서로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고민하고 나누는 일로서 연대성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반면, 복음주의연구소는 IVF 울타리 바깥까지 복음주의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학자들을 탐색하고 그들과의 유대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복음주의연구소 세미나에 다양한 외부강사들을 초대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보여진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아볼로 캠프가 이 모든 그룹들, 교수 및 연구자, 대학원생 등이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열린 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 번째 필요는 좀 더 학문적인 차원의 연대이다. 대학원을 진학한 이후, 나의 필요는 나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풀어낼 방법을 몰랐다는 것이다. 학문이란 어떤 학자의 어떤 저서를 읽고 참고하느냐의 문제인데, 대개의 경우는 지도교수나 강사의 성향이 담긴 강의계획서 (syllabus)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여기서의 중요한 것은 복음주의자로서의 신앙적 정체성과 학문적인 엄밀함 사이의 균형이다. 한 학자가 복음주의적인 신앙을 갖는 것과 그 학자의 학문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우리의 역할이란 이 두 가지 균형을 유지하는 국내외 학자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이다. 그들의 글이나 연구물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서평이나 논문, 세미나 및 대중강의 등을 기획하고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자체적인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보다는 각 영역에서 이미 학문적으로 검증된 학자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필요했던 것은 재정적인 지원이었다. 학문을 직업으로서 선택한 사람들에겐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산학간의 연계나 국책 사업 등의 펀드를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공계 계열에 비해, 인문학의 경우에는 학위 과정이나 졸업 후 학자로 살아갈 때 부딪히는 재정적인 문제가 더 크다. 이런 문제는 학교를 선택하거나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등의 과정에서 재정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다. 내가 처음 유학을 고려했을 때 나의 우선순위는 복음주의적인 신학교들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재정 상태의 학교들은 나에게 장학금을 거의 제공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나는 가장 많은 장학금을 주었던 (게다가 학문적으로도 훌륭한) 주류 신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했었다. 당시 내가 주류 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말렸던 선배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선택의 기준은 정체성과 학문 이외의 현실적인 것들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내 변명이다.

좋은 학생과 학자를 보다 복음주의적인 연구주제로 이끄는 단 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아마도 그와 관련한 재정적 투자와 기금 마련일 것이다. 마크 놀과 조지 마스덴 모두 동의하듯이 연구기금이 늘어나고 관련 주제들을 가르치는 강의들이 늘어나고 장학금이 유치되고 하는 방법들을 통하여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16] 특별히 마스덴은 그의 책 6학문적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제안에서, 신앙과 학문에 관한 연구를 지원해 줄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신교에 비하여 가톨릭 학교들은 가톨릭 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에 있어 유리할 뿐 아니라 실제로 몇몇 최고 수준의 가톨릭 대학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17]

마스덴의 제안은 주로 대학이라는 상황을 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이 연구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도 재정을 비롯한 제약들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작은 규모의 비교적 독립성이 강한 연구소를 그 대안으로서 제시한다. 예를 들어, 마스덴은 시카고 대학교의 올린 연구소 (Olin Center)를 소개한다.[18] Allan Bloom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이 연구소는 적은 인원과 재정적 한계에도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한 분야에서 뜻을 같이 하는 기독교수와 대학원생을 주축으로 시도될만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다.

이상으로 한 개인연구자로서의 사례라는 한계가 있지만, 기독지성운동을 위한 네 가지 필요 (정보, 멘토링, 기독학자, 재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제 이 필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룰 차례이다. 우리는 (IVF로서, 기독지성운동을 위한) 마크 놀이 언급한 7가지 징후들 중 마지막 두 가지, 선교단체와 출판사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주로 대중성과 사람중심의 네트워크형성을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좀 더 학문적이고 연구중심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 안에서, 다음은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그 연결고리를 찾고자 한다. 특별히, 미국 InterVarsity 대학원생 및 교수 사역의 일환인 Emerging Scholars Network (ESN)를 중심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Case Study: 신진학자 네트워크 (Emerging Scholars Network) 사례 연구

이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의 잠정적 모델은 런던 현대기독교연구소 (London Institute for Contemporary Christianity, LICC)와 캐나다의 기독교학문연구소 (Institute for Christian Studies, ICS) 정도였다. 이 두 연구소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는 기독교지성운동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먼저 이 두 연구소는 영국과 캐나다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이 그러하듯, 신앙과 학문의 불균형의 배경원인이 신학의 이분화 (근본주의/자유주의) 그에 따른 이분법적 사고와 반지성주의, 정교분리 등의 논리들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것은 마크 놀의 부정적 평가와 함께 이미 언급한 바다. 따라서, 영국과 캐나다 혹은 제 3세계 등의 다른 문화 속에서 배울 것은 그 다름에서 오는 교훈이지, 그대로 적용하기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곳이 바로 미국 InterVarsity 대학원생 및 교수 사역 (Graduate and Faculty Ministries, GFM)이었다. 나는 미국의 IVF는 어떻게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베리타스 포럼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대학원생 사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등의 질문을 가지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먼저 GFM 4대 핵심사역 (Four Commitments)를 보면,

 

1)     영성개발 Spiritual Formation

2)     공동체 Community

3)     전도와 섬김 Evangelism and Service

4)    학문과 신앙, 실천의 통합 Integration of Learning, Faith and Practice[19]

 

이상 네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네 번째 항목인 학문과 신앙, 실천의 통합이라는 목표가 우리의 주제와 일치한다.

또한 GFM 모임은 그 참석자와 특징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그룹은 교수와 교직원을 위한 모임이다. 두 번째 그룹은 대학원생을 위한 모임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을 위한 모임은 다시 일반 대학원생 모임’ (Graduate Christian Fellowship, GCF)특수 대학원생 모임’ (Professional Schools Ministries, PSM)으로 나뉘어진다. GCF는 캠퍼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PSM은 직업과 전공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든다. 이에 해당하는 전공으로는 주로 법학, 경제학, 의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이며, 이런 모임을 통해서 만들어진 단체 중에는 기독법조인회 (Christian Legal Society), 기독의학 및 치의학 협회 (Christian Medical & Dental Association) 등이 있다고 소개한다.

세 번째 그룹은 좀 더 특별한 주제에 맞추어 모임을 갖는다. 이 그룹은 성(), 인종 그리고 국제학생이라는 이슈로 미국의 다양성을 중요시 하는 사회문화적 구조를 반영한 특수화된 (focused ministry) 사역그룹이다. 예를 들어, Black Women Group이나 International Student Group 등이 이곳에 속한다. 나는 보스턴대학교 재학 당시 GCF 모임 중 이 국제학생모임 (International Graduate Fellowship)에 참석하곤 했다. 당시 이 모임의 상당수는 중국유학생이었으며 대학원생으로서 진지하게 성경이나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모임에 참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모임의 주된 목적은 성경공부나 친교 등이었으며 이를 통하여 그들에게 복음을 소개하는 목적이 강했었다. 내가 만난 GCF 간사의 역할은 주로 사람들을 돌보고 신앙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듯 보였다. 그 이유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위한 사역팀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 연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마지막 그룹이 바로 신진학자들의 네트워크’ (Emerging Scholars Network, ESN)이다. 이 신진학자 네트워크는 이 연구가 제안하고자 하는 일종의 모델이다. 신진학자 네트워크는 미국 GFM의 특화된 사역으로서 그 목적을 다음 세대의 기독학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격려하며 준비하여 고등교육 시스템 안에서의 결점을 보완(redeeming)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20] 이 그룹의 대상은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학부생부터, 대학원생 그리고 박사과정 연구자들을 포함하며, 이들의 학문적 진로를 격려하고 준비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 세 가지 사역을 제공하는데, 격주로 발간되는 블로그, 멘토링 기회, 캠퍼스 모임이 그것이다. 아래는 ESN의 회원수와 분포도를 나타내는 표이다.

 

Emerging Scholars Network 회원구분

현재 (2014.6)

비율

ESN 회원수

4,088

100%

학부 Undergraduate

529

12.94%

대학원 Graduate Student

1782

43.59%

박사후 연구원 Post Doctoral

147

3.60%

개인연구자 Independent Scholar

117

2.86%

교수 Faculty

885

21.65%

전문직 Professional

271

6.63%

은퇴교수 Retired Faculty

25

0.61%

은퇴 및 다른 직종 Retired Other

13

0.32%

Campus Minister and Clergy

277

6.78%

그 외 Other

147

3.60%

소수자비율 Minority

613

15.00%

여성 Women

1379

33.73%

미국시민 이외의 Non US

560

13.70%

작년 한해 가입 회원 In the Last Year

59

1.44%

 

4,088명의 회원 중 대학원생의 비율이 약 절반에 가깝고 연구직 및 교수들이 약 25%에 이르러 총 70%를 차지한다. 즉 학문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ESN의 사역은 단 두 사람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신진학자 네트워크의 Associate Director로서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토마스 그로쉬 (Thmoas B. Grosh IV)와 이 모임의 핵심 사역인 블로그 운영과 편집을 맡고 있는 한나 이글슨 (Hannah Eagleson)이다.[21] 그로쉬 간사는 기독교수 및 학자들과의 연결망을 형성하며 신진학자 네트워크의 멤버들을 위한 멘토링을 제공할 멘토 교육을 담당한다. 이를 위하여 멘토링과 관련한 목적, 동기 및 방법론을 교육하고 멘토가 되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를 포함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글슨 간사는 주로 블로그를 담당하며 신진학자들에게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따른 글쓰기를 격려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ESN Blog에 참여하기 위한 자세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n  포스팅: 1주에 2-3

n  관련 주제: 학문적 소명과 부르심 / 각 전공 영역에서 신앙/신학의 역할 / 학문세계에서의 영성개발 / 책 서평 / 학자 인터뷰 등

n  독자 audience: ESN 회원 (학부생, 대학원생, 신진 교수 등)이며, 주 관심대상은 일반대학교 학생으로 함.

n  저자 authors: 누구나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캠퍼스 간사 등)

n  형식: 자유로운 형식 (학문적 글쓰기 사용하지 않음),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기독교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피할 것. 각주나 참고문헌 양식은 시카고 양식을 따름.

n  길이: 500-1000 단어 (2 페이지 정도)

n  계약 및 사례: 저작권은 InterVarsity에 있고 글의 게시 및 출판에 대한 사례는 하지 않는다.

 

ESN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블로거 소개가 나온다. 16명의 블로거가 활동 중이며 이들은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 전문직 종사자와 캠퍼스 사역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블로그는 크게 네 항목, 학문적 소명 (Academic Vocation), 그리스도와 학문 (Christ and the Academy), 기독교 사상과 실천 (Christian Thought and Practice) 그리고 책 (소개 및 서평)으로 이뤄져 있다. 각 항목의 세부적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n  학문적 소명 선교로서의 학문, 창조세계, 건강, 인터뷰, 멘토링, 공적영역 속 지성인들, 과학과 신앙

n  그리스도와 학문 대학의 삶, 대학원의 삶, 학문으로서의 삶, 교육의 목적, 고등교육과 기술, 삶의 전환점들, 교수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n  기독교 사상과 실천 대강절, 하나님의 이미지, 팔복, 매일 묵상 프로젝트, 기독학자의 증거, 기도, 어록 모음,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지혜

n  베스트셀러, 서평, 현실은 세속적인가

 

평가와 제안

ESN 블로그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을 보여주는 Top Posts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먼저 2009년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읽힌 글은 총 6,142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두 글이 5,000여건을 기록하였다. 2014년을 기준으로는 2,651건의 조회수이다. 하지만 올 해 가장 많이 읽힌 글과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읽힌 글은 같은 글이다. 다른 순위의 글들도 대개는 겹친다. 이 달에 가장 많이 읽힌 글은 블로그를 소개하는 글이거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글로 100-250여건의 조회수를 보였다. 이 블로그의 방문 횟수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09 19,082 건에서 매년 약 만 명씩 증가하면서 2013년 한 해에 방문수가 100,434 건까지 올라갔고 2013년 하루 평균 방문수가 약 275 건이다.[22] 참고로, 동서울 IVF에서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의 방문자는 첫 2월에 105, 3 549명에서 5 7,209, 6 10,593명에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블로그라는 플랫폼이 얼마나 잠재력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늘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블로그는 이미 진부한 형태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그러나 기독지성운동을 담는 그릇의 모양보다는 그릇에 담길 음식, 즉 컨텐츠의 확보가 절실하다. 위 블로그에서도 몇몇 글들은 오천 건 이상의 조회수를 보였듯이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주로 월간지와 웹진을 통해서 활동하는 Sojourners는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복음주의 단체이다. 잡지 Sojourners의 평균 구독율은 35,000명으로 인터넷 상으로는 그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23] 이 단체의 성공요인으로는 짐 월리스 (Jim Wallis)라는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다는 점과 그를 중심으로 모인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Sojourners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사회정의와 평화, 빈곤문제 등의 핵심 이슈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글들과 실천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월터 브루거만 (Walter Brueggemann), 쉐인 클레이본 (Shane Claiborne), 브라이언 맥라렌 (Brian McLaren), 도널드 밀러 (Donald Miller),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Babara Brown Taylor), 코넬 웨스트 (Cornel West)에 이르기까지 학문적으로, 대중적으로, 실천적으로도 훌륭한 기고가들의 글들을 모아 출판하는 결과들을 얻어냈다.

따라서, 한국 IVF 복음주의연구소와 대학원/교수사역이 해야 할 일은 먼저 1) 분명한 비전과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2) 기독학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강화하는 것과 3) 시의적절한 주제에 관한 글들을 정기적으로 기고할 저자들을 찾는 것과, 마지막으로 4) 특정 분야에 관련한 전문적인 연구결과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이 연구는 마크 놀의 미국 기독지성운동에 대한 지난 20년 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 기독지성운동의 이해와 평가, 그리고 IVF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 연구는 한국교회가 미국교회의 반지성주의와 같은 걸림돌을 유사하게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긍정적인 징후로서 기독지성운동이 일어나는 7가지 영역들이 한국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로 시작되었다. 놀이 언급한 마지막 징후인 개교회, 교단 그리고 선교단체의 역할에 한국IVF가 감당해야 할 영역임을 보았다. 이어서, 나는 이러한 7가지 기독지성운동의 모습을 두 가지 축, 즉 대중성-학문성, 연구중심-사람중심으로 구분하고자 했다. 이 구분에 따르면 한국IVF의 정체성은 대중성을 기반한 사람중심의 네트워크를 하는 곳에 가깝다. 하지만, 나의 주장은 한국IVF가 기독지성운동에 좀 더 기여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균형감, 즉 학문성과 연구중심의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성공적인 기독지성운동을 위해서는 가운데로 향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에는 나의 개인연구자로서의 경험을 근거로 한 필요때문이다. 비록 개인의 경험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나는 대학원생이 가진 네 가지의 필요, ‘정보, 멘토링, 기독학자, 재정의 필요성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 필요를 채우며 보다 학문적이고 연구중심의 네트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 모델로서, 미국 InterVaristy의 대학원 및 교수 사역의 특수 사역인 신진학자 네트워크’ (Emerging Scholars Network)를 소개했다. 이 모델의 특징은 교수와 학생 간의 멘토링 시스템과 신진학자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위한 자유로운 형태의 글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냉정한 평가는 미국의 신진학자 네트워크의 보다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서는, 좀 더 학문적이고 가시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IVF는 신진학자 네트워크 (ESN)의 사례를 통해 멘토링과 블로그방식을 선택적으로 수용할 것을 제안하고, 이와 더불어 기독학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과 양질의 글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첨부>

 

기독지성운동 관련 저서:

브라이언 왈쉬 & 리처드 미들톤, 『그리스도인의 비전』 (IVP)

마크 놀,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IVP)

조지 마스덴, 『기독교적 학문연구』 (IVP)

켈리 먼로 컬버그, 『베리타스 포럼 이야기』 (IVP)

제임스 사이어, 『지식건축법』 (IVP)

신앙의 눈으로 본 학문 시리즈 (IVP)

J. P. 모어랜드, 『그리스도를 향하는 지성』 (죠이출판사)

진 에드워드 비스 『지성으로의 초대』 (생명의 말씀사)

 

주요 학자들

-       철학분야: 윌리엄 알스턴 (William Alston), 알래스데어 맥킨타이어 (Alsthair McIntyre), 앨빈 플란틴가 (Alvin Plantinga), 찰스 테일러 (Charles Taylor),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Nicholas Walterstoff)

-       역사분야: 허버트 버터필드 (Herbert Butterfield), 크리스토퍼 도슨 (Christopher Dawson), 해리스 하비슨 (E. Harris Harbison), 나탄 해치 (Nathan Hatch), 마크 놀 (Mark Noll), 조지 롤릭 (George Rawlyk), 해리 스타우트 (Harry Stout), 제임스 터너 (James Turner), 데일 반 클레이 (Dale Van Clay)

-       정치학분야: 스티븐 카터 (Steven Carter), 진 엘쉬타인 (Jean Elshtain), 메리 앤 글랜든 (Mary Ann Glendon), 제임스 누난 (James Noonan)

-       사회학분야: 로버트 벨라 (Robert Bella), 피터 버거 (Peter Berger), 자크 엘룰 (Jarque Ellule), 로버트 우스나우 (Robert Wuthnow)

-       개인 블로그 “Theological Studies” 중 복음주의 학자 및 연구들 소개  (http://www.theologicalstudies.org.uk/theology_evangelical.php)

 

출판사

-       어드먼즈 (Eerdmans), 베이커 (Baker), IVP (InterVarsity Press)

 

정기간행물

퍼스트 싱스 (First Things), 커먼윌 (Common Will), 북스 & 컬쳐 (Books & Culture), 터치스톤 (Touchstone), Christian Scholar’s Review, 미국 과학 협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Scientific Affiliation), 신앙과 철학 (Faith and Philosophy), 기독교와 문학 (Christianity and Literature), 신앙과 역사 (Fides et Historia)  



[1] 마크 A. , 박세혁 역,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서울: IVP, 2010. p.14

[2] Ibid. 14-15

[3] 이후의 연구는 미국이 아닌, 영국이나 유럽, 혹은 제 3세계의 사례를 찾아본다면 좀 더 보완적인 연구가 될 것이다.

[4] Ibid. 15

[5] 기포드 강연은 1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가장 권위 있는 자연신학의 장이다. 스코틀랜드의 네 중심 대학교 (University of Aberdeen, Edinburgh, Glasgow and St. Andrews)에서 해마다 돌아가면서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다.

[6]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한국 복음주의 안에서 기독지성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주도한 그룹은 아마도 개혁주의적인 전통, 특히 화란 개혁주의파일 것이다. 나는 이른바 기독교세계관운동의 이름으로 한국에 기여한 개혁주의 전통에 일종의 빚을 진 사람이다. 그러나 신학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소위 진보적인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개혁주의와 더불어 보다 풍성한 신앙과 학문의 통합의 흐름들이 존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개혁주의의 장점과 더불어 좀 더 풍성한, 다양한 현대 연구의 시도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해 나가길 바란다. 교의적인 패러다임 보다는 보다 현장성에 무게를 둔 연구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7] Ibid. 16

[8] 우리의 목표가 복음주의자들을 세상으로 분리시켜 교육하고 다시 그 안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므로.

[9] Ibid. 17

[10] Ibid.

[11] 조지 마스덴, 조호연 역, 『기독교적 학문연구 @ 현대학문 세계』, 서울: IVP, 2000. p.186. 조지 마스덴은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위한 핵심적인 쟁점과 실천적인 제안들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이 책의 번역자 조호연 교수는 <부록>에서 미국의 사례, 한국의 기독지성흐름 그리고 주요 학문연구단체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신앙과 학문의 통합에 관한 최초의 공식적 논쟁인 1998년도 기독교학문연구회 소식지” 50, 52, 53, 54호에서 홍병룡 님과 김성현 님 사이에 전개된 토론을 참고하길 권하고 있다. 

[12] 미국 InterVarsity의 대학원 및 교수 사역은 후반부에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복음주의 출판사의 중요성은 기독지성운동의 가장 중요한 교두보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IVP의 역할은 기독지성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평가이다. 관건은 양질의 학자들과 시의적절하고 다양한 주제들을 꾸준히 출판해내는가 일 것이다. 저자들의 몫 역시, 대중성과 학문성,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소화해내느냐가 큰 과제일 것이다. 놀이 추천한 미국 출판사는 부록으로 첨부할 것이다.

[13] 켈리 먼로 컬버그, 강봉재 역, 『베리타스 포럼 이야기』, 서울: IVP, 2009. 또한 제 3회 아볼로 포럼에서 발제한 노종문 간사의 글에도 베리타스 포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4] 2006년 지원 당시만 해도, 한국의 유학원들이 신학유학을 관련한 자료들을 나모스의 자료를 중심으로 소개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15] 오늘(8 16)을 기준으로 회원수가 4600명을 넘었다. 이는 학사들과 졸업을 앞둔 학생들 사이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원 및 교수 사역의 일환으로는, 노종문 간사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그룹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이 만들어져서 활동 중이다. 또한 IVF 출신 어학연수 및 유학생들을 위한 페이스북 그룹인 한국기독학생회 (IVF) 유학생모임도 현재 240여명의 회원이 가입, 활동 중이다.

[16] 두 책 모두 복음주의 연구를 위한 퓨 프로그램 (PEW Program for Evangelical Scholarship)이나 릴리 기금 (Lily Fund for Theological Eduacation) 등의 예를 들면서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17] 조지 마스덴, 『기독교적 학문연구 @ 현대 학문 세계』, 조호연 역, 서울:IVP, 2000. p.154-5. 

[18] 정식명칭은 Olin Center for Inquiry into the Theory and Practice of Democracy이다. 시카고 대학교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1984 Allan Bloom 교수와 Nathan Tarcov 교수에 의해 설립되었고 시카고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혹은 세미나를 열어 정치와 사회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고전철학의 텍스트로 풀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연구소의 장점은 소수의 인원과 적은 재정으로 상당한 연구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있다. http://olincenter.uchicago.edu/

[19] 웹사이트 참조 www.gfm.intervarsity.org

[20] 신진학자 네트워크 사명 선언문 참조 http://esn.intervarsity.org/

[21] Thmoas Grosh 18년을 캠퍼스와 교수 사역으로 섬겨왔고, ESN 담당간사였던 Mike Hickerson를 도와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2년 전부터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를 계기로 나는 Thomas Grosh와 연락을 했고 몇 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의 도움과 조언에 감사를 표한다. Hannah Eagleson은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소설가이자 편집자이며 현재 파트타임 (part-time)으로 일하고 있다.

[22] 나는 이 연구를 위해 Thomas Grosh와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이 수치는 그가 보내준 자료에 기반한 것이고 8 18일 기준으로 웹사이트 방문자수 통계에 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