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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볼로 캠프]

*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는 <지성운동> 꼭지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자료를 연재 형식으로 공유합니다. 원글에 포함된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한국의 지성운동의 현황과 그 함의(1)

이원석 연구위원


1. 서언: 대학의 퇴락(頹落)과 인문학 열풍

대학이 예전 같지 많다. 상아탑으로서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기업체로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이 맛을 잃었다.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그 위치를 감싸고 있던 후광이 사라졌다. 특히 인문학의 경우에는 그 상황이 극단적이다. 졸업하자마자 혈벗은 존재가 되고 만다. 취업 시장과 결혼 시장 모두에서 버림받은 존재가 되고 만다. 호모 사케르가 따로 없다.

하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하나님은 정녕 인문학을 사랑하시나보다. 대학 안에서의 인문학은 그 위세가 급락(急落)하는 중인데도, 대학 밖에서의 인문학 열풍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당연히 이 바닥에도 슈퍼스타가 나타나고 있다. 이지성은 고전 탐독으로 천재가 되(어서 성공 하)라고 독려하며, 강신주는 자본주의와 싸우기 위해 냉장고틀 버리라고 촉구한다.

지금은 더 이상 인문학이 학자들과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모두가 공부한다. 훌로 독서하고, 또한 모여서 토론한다. 주부도 모여서 고전을 강독하고(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다시 다루기로 하자), 사장님들도 짬을 내어 교양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읽고 토론하고 서평 쓰기에서 나아가 내 인생의 첫 책쓰기에 도전한다. 인문교양은 우리 시대의 트렘드가 되었다.

- 자본주의의 기수인 사장님들이 인문학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장님들의 독서 취향이 인문 교양으로 방점이 찍히고 있는 추세란다. 우리 사장님들이 교양 강좌에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휴가를 떠날 때에도 인문 교양서적을 챙기신다. 무엇보다 서울대와 중앙대가 고위경영지도자 과정에서 인문학을 강조하지 않던가.­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제 인문교양 축적을 위한 배움의 장소로 택하는 곳은 대학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배움의 공동체가 도처에 창궐하고 있다. 이제는 각급 학교에서나 지역 도서관들에서도 인문 공부에 여념이 없지만, 그 전에 수유 너머니 철학아카데미니 다중지성의 정원이니, 대안연구공동체이니 하는 단체들이 멍석을 깔아놓은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공부 모임들은 지금의 인문 열광의 현상 앞에서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적어도 이들은 그만한 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이 공동체들은 바깥을 향해 상당히 매력적인 광채(光彩)를 보여준다.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들고, 그 모임을 모방하고 싶게 만든다. 곧 그들의 존재와 방식이 욕망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복음주의가 지성의 스캔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기독교 안팎에서 각기 두어 단체 정도에 국한하여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함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앞에서 이끌지는 못할망정 뒤처지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