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마마랜드 / 최재공

category 복연 칼럼 2017. 3. 31. 12:56


* 5주차 복연 칼럼은 복연 외부 기고로 대신합니다.

마마랜드

최재공(아볼로 스투디움 1기 수료자)


    “대통령을 지킬 힘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마. 용서하시옵소서.” “세상에…… 아이고 죄송합니다, 마마.” 라며 사저 앞에서 오열하는 사람이 언론에 잡혔다. 사극 대사를 현실에서 보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통령을 투표로 뽑은 사람이 아닌 절대 권력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대통령이 곧 나라이고 나라가 곧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면 이는 곧 나라를 잃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의식의 흐름상 이해는 된다.

    누군가에게는 “마마”로 칭송받는 박근혜는 2017년 3월 10일에 탄핵 당해 청와대에서 방을 빼고 삼성동 자기 집으로 복귀했다. 당시에 상당히 오랜만에 나타나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역시 손을 흔들고 웃는 표정이었다. 이 얼마나 ‘마마스러운’ 자태인가. 테블릿PC가 발견됐을 때 바로 나와서 사과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으려는 전략인가. 대국민사과와 함께 그녀의 지지율을 4% 정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누군가에겐 왕으로 여겨졌던 사람이 사과를 하면서 콘크리트 종박주의 세력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사상 최저의 지지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탄핵을 당한 직후 그녀는 잠잠했다. 바로 나와서 사과하고 죄를 인정했다면 대한문 앞의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 중 몇몇은 그때처럼 등을 돌렸을 것이다. 역시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짓는 것이 왕정국가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약한 모습, 죄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끝이다. 그래서 올림머리를 그렇게 고집해서 왕의 품격을 지키는 것 아니겠는가.

    청와대에서 방을 빼고 삼성동으로 가는 날 광화문을 피해서 갔단다. 시선을 광화문(촛불)에 두지 않고 대한문 앞(탄기국)까지만 두고 싶은 걸까. 참모들까지 알아서 왕을 모시는 듯하다. 박근혜를 왕으로 계속 모셔야 일부 지지자들의 세력이라도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반으로 자기 지위를 유지하고 싶음이 분명하다. 탄핵 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어제(2017년 3월 30일)까지도 삼성동 집에는 올림머리 전문가와 몇몇 관련자들만 모습을 드러냈고 박근혜는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녀는 대중 앞에 나타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나타나지 않고 숨어있어야 우상화되고 신화화되기 때문이다.

    탄핵 후 국민들의 대통령이 아닌, 일부 백성들의 진짜 왕이 되어버린 박근혜가 오늘 새벽(2017년 3월 31일 오전3시)에 구속됐다. 그래도 그녀를 왕으로 모시는 백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동정론을 펼치는 모습은 계속될 것이다. 과연 이젠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시위를 계속 할까?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안하고 “수인번호 몇 번 사랑합니다.” 라고 해야 할 판인데……. 만약 그러면 그들의 진정성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버스와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누군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묘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자리를 양보해야지 하면서도 양보하기 싫은 이 묘한 감정이 박근혜 탄핵으로 겪고 있는 나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