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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의 개념과 방법 / 이주일

category 복연 칼럼 2017. 3. 29. 22:18



공공신학의 개념과 방법


이주일(IVF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연구원)

* 이 글은 공공신학의 개념을 정리하기 위해 맥스 스택하우스의 글과 몇몇 논문을 참고하여 요약한 것입니다.


1. 공공신학의 개념

    대표적인 공공신학자 맥스 스택하우스(Max L. Stackhouse)는 교회사학자 마틴 마티(Martin Marty)가 라인홀드 니버를 분석하면서 ‘공공신학’을 처음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마티는 미국 정신인 “종교의 자유, 입헌 민주주의, 인권, 열린 경제적 기회”를 뒷받침하는 종교적 기초를 가리켜 ‘공공 종교’, ‘공화국 종교’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유대교 학자 윌 허버그는 개신교, 가톨릭, 유대교 등 미국 종교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미국정신’(Americanism)의 종교적 측면을 가리켜 ‘시민종교’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사회학자 로버트 벨라도 시민종교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국교가 사라지면서 기독교 신앙은 사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기존 기독교가 있던 자리가 사람들은 종교들의 공통분모인 시민종교(국가적 도덕가치 체계)를 세웠습니다. 마티는 시민종교와 대조되는 의미로 ‘공공신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마티에게 공공신학은 성서적이고 교리적인 자료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공신학은 신앙과 계시에 기초하여 모든 종교를 우상숭배로 보는 전통과도 의견을 달리합니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에토스를 형성시키는 종교의 역할에 주목한다고 강조합니다. 각 인종과 민족, 문화는 자기들의 충성심, 자긍심, 종교적 이해를 발전시킵니다. 이런 충성심과 관행들의 발전 이면에 에토스를 형성시키는 종교적 신앙과 실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교적 요소에 대한 평가와 개선을 하려면 시민종교보다 공공신학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공공신학은 특정한 고백적 전통이나 특정 컨텍스트에 덜 의존적이며, 종교의 윤리적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공공신학은 사회의 영역에서 종교가 지닌 역동성을 인정하며 그것을 윤리적 기준에 따라 평가합니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공공철학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공공신학은 국가정체성이나 국가적 가치체계가 아니라 공동의 삶, 일반 대중의 습관, 신앙, 사회윤리에 대한 신학자들의 자료에 집중하여 ‘공공’의 초월적 근거를 드러냅니다. 공공신학은 철학자들에게 있는 종교와 신학에 대한 편협한 이해를 넘어섭니다. 공공신학은 철학보다 더 넓고 깊은 토대인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에 기초합니다. 공공철학에는 단순한 학파와 조직 이외에 헌신하는 공동체가 없지만, 공공신학은 다릅니다. 공공신학은 전통적 신학 안에서 죄와 은혜에 관한 성찰을 바탕으로 공공철학보다 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요소들을 찾아냅니다. 공공신학은 성서적 통찰, 철학적 분석, 역사적 인식, 사회 구성체간의 대화를 모두 포괄합니다. 예컨대, 마틴 루터 킹의 모델은 행동주의적 공공신학의 세계적인 모델입니다. 이를 통해 신학자, 성직자, 헌신적인 평신도들이 공공적 지성인의 역할을 하며 사회정의를 다루기 위한 신학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등장하기 위한 역사적 과정에 창조론, 죄론, 모세, 예언자들, 예수, 바울, 어거스틴, 토마스 아퀴나스, 개혁신학, 에른스트 트뢸취, 라우센부쉬, 틸리히, 바르트, 브루너, 해방신학 등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신학자들의 교리적 윤리적 입장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교회 신자들만을 대상으로하는 교회신학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공공적 요소가 발견됩니다.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일들을 분석하지만, 공공신학은 사회의 상황적 조건만이 아니라 신학적 윤리적 차원에서 그 일들을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공공신학은 무엇이 다른가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일차적으로 정치신학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합니다. 공공신학은 국가나 정치보다 일반대중과 시민사회가 더 우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공공신학은 고백신학과도 다릅니다. 고백신학이 특정 공동체에 의해 형성되는 특수 신학이며, 동방정교회, 가톨릭, 루터교, 칼빈주의, 감리교, 메노나이트 등 사이에서 달라집니다. 공공신학은 상황 신학과도 구별됩니다. 상황 신학은 특정 하위 커뮤니티의 종교적 정서에 기초를 두며 그들의 공동체적 기억과 희망, 정서를 표현합니다. 여기에는 흑인신학, 여성신학, 우머니즘 신학, 달릿 신학, 민중신학, 코코넛 신학 등이 있습니다. 이런 신학은 시민종교의 전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이와 같은 신학들과 다르며 사회윤리적이고 변증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공공신학은 세속적이고 철학적이며 비기독교적인 종교적 태도에 대항하면서도 하나님의 진리와 정의와 긍휼이 시민사회에 인식되고 작동되게 하기 위해 이들과 대화하고 평가합니다.


3. 공공신학의 역사

    스택하우스는 기독교 신앙 안에 신앙인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세속적 제도들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전통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가톨릭 신학은 자연법 전통을 통해 민주주의, 인권, 미국주의 극복 등에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자크 마리땡은 유엔 인권선언 기과 교황의 가르침(papal teachings)에 인권 관련사항이 제출되는 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예수회 소속인 존 C. 머레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윤리적 정당성을 지지했습니다. 데이비드 트레이시, 데이비드 홀렌바흐, 데니스 머켄, 폴 시그문트 등도 진보적 가톨릭 사상가로서 이와 같은 전통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최경환은 특히 트레이시가 교회, 학문, 사회의 세 가지 공적 영역을 제시하여 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즉, 신학은 교회만이 아니라 학문, 사회도 청중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택하우스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여러 개신교 사상가들이 트레이시의 통찰을 따라 다양한 공중에 대해, 보다 보편적인 시민질서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즉, 공공신학은 신앙공동체 안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민사회에서 실행가능한 제도 형성에 도움이 되며 그 제도들을 통해 개인의 존엄성과 내적 일관성, 인간의 융성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독일에서도 등장했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학자는 볼프강 후버인데, 그는 칼 바르트와 바르멘 선언 이후 현재까지의 유럽 논의 내용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유럽 논의란 칼 슈미트, 에른스트 블로흐, 요하네스 메츠, 위르겐 몰트만, 개혁주의 정치신학 등을 말합니다. 독일의 공공신학은 형식에 있어 가톨릭적이고 미국의 공공신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승구 교수는 영국 전통을 소개합니다. 1984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신학과 공적 이슈들을 위한 센터>(The Center for Theology and Public Issue)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연구소는 스코틀랜드의 공공신학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중심에 던컨 포레스터(Duncan Forrester)가 있었습니다. 

    최경환은 공공신학이 2000년대 이후에 “공공신학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존에 공공신학은 개별적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07년에 ‘공공신학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Global Network for Public Theology)가 프린스턴 신학교에 설립되고 <공공신학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Theology)이 동시에 발간되었습니다. 또한, 매년 국제 컨퍼런스가 열리면서 <공적 영역에서의 신학>(Theology in the Public Spquare)이 단행본으로 계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4. 공공신학의 범위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일반 학계와 관계를 맺는다고 말합니다. 즉, 궁극적인 것에 관한 합리적인 토론에 호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신학은 철학, 과학, 직업으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진리에 대한 추구가 신앙과 계시의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이 경제 분야와도 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경제적 공중은 독립적인 공적 영역이 되었습니다. 봉건체제와 자본주의, 사회주의로의 경제체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전세계 인류의 경제적 풍요와 생태학적 파괴 없는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스택하우스는 이외에도 남녀관계, 핵가족과 확대가족 문제 등 가족생활 문제들, 공공정책의 문제, 과학기술 문제 등에도 공공신학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5. 공공신학에 대한 비판들

    스택하우스는 공공신학에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신학이 공공의 문제와는 관계가 없으며 모든 신학은 개인적이며 특정 신앙공동체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신학이 종교, 철학, 윤리학, 사회적 이슈 등에 의존하거나 관계하는 것이 계시와 규범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공공신학자들은 실존적, 고백적, 교리적, 실천적 신학도 필요하지만, 변증적 신학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공공신학은 두 부류로 분리되었다고 스택하우스는 말합니다. 최근 포스트모던적 흐름 속에서 신앙지상주의적 입장을 채택한 것이 하나입니다. 이들은 보편주의적 주장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의미의 붕괴 주장이 과장되었으며 자연법, 자연신학, 일반 은혜 등 여전히 보편적 공통성이 존재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트레이시와 스택하우스의 입장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경환에 따르면, 남아공 신학자 존 드 그루시(John de Gruchy)는 공공신학을 보편적 관념으로 이해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공신학은 실제로 특수한 지역 공동체에 속한 공적 영역과 관련이 있어야 하므로 보편적인 공공신학 같은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스택하우스는 서양의 근대성이 종교와 신학을 사적 영역으로 몰아넣고 공적 역할에서 배제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공공신학자들은 이런 견해에 반대하며, 보편주의적 논증 또는 ‘횡단적 합리성’, 과학의 토대로서의 신학 등을 주장합니다. 최경환은 오늘날 하버마스, 카사노바(Jose Casanova), 테일러(Charles Taylor) 등의 정치철학자들이 근대 자유주의 사상을 넘어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아감벤, 바디우, 지젝, 이글턴 등의 작업도 ‘종교의 귀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6. 기독교적 공공신학

    스택하우스는 오늘날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시민사회를 위해 공공성이 세워질 수 있는 질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치신학과 달리, 공공신학은 정치보다 삶의 영역들이 더 근본적이라고 말합니다. 정치질서나 정권, 정책은 생겨나서 다시 사라집니다. 그러나 종교, 문화, 가족, 경제, 지적 전통들은 더 근본적이며 지속됩니다. 또한, 공공신학은 문화, 가족, 경제, 지적 전통들이 종교에 의해 깊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정권은 종교적 호소력을 통해 합법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예컨대, 중국이라는 제국의 근본에는 유교가 있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 아래에는 브라만 전통이 있습니다. 스리랑카, 버마, 태국 등 많은 나라에는 불교가, 북아프리카와 아랍세계 등에는 이슬람교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의 삶을 이해하려면 종교와 신학적 전제를 분석해야 합니다.

    스택하우스는 오늘날 글로벌 시민사회를 위해 기독교가 제시할 모델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에서 생겨난 ‘위계-종속적’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인권과 근대 민주주의를 낳은 ‘연방-언약적’ 모델입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과 유산은 삶의 영역들이 갖는 상대적 주권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켰는데, 후자의 중요한 예입니다. 무엇보다 공공신학은 교회가 정치권력을 추구하거나 정책수립에 직접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도덕적이고 영적인 에토스 형성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회의 전반적 에토스 형성과 평신도 윤리의 성숙을 관건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삼중직이 중요해집니다.

    공공신학은 투쟁 관계에 따라 분류되기도 합니다. 최경환은 공공신학이 일반적으로 시민들의 합의와 협력을 통해 조화와 화합, 소통을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로 남아공 등 제3세계 공공신학자들은 자신들의 지리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권력과 갈등, 해방, 자유, 정의와 인권, 평등과 동등성을 위한 투쟁의 신학으로 공공신학을 이해합니다.


참고문헌

이승구. “공적 신학에 대한 개혁파적 한 접근.” 『한국개혁신학』, 제24권 (2008): 229-61.

최경환. “공공신학의 기원, 특징, 최근 이슈들.” 『복음과 윤리』, 제12권 (2012): 11-47.

맥스 스택하우스. “특별기고_공공신학이란 무엇인가?” 『공공신학,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13-41. 성남: 북코리아, 2008.

______________. “PART 3 연구방법론: ‘공공 신학’” 『세계화와 은총: 글로벌 시대의 공공신학』, 131-84. 성남: 북코리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