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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은영(복연 연구원)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 문제는 자칫 공동체를 분열시키거나 기독교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여파를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문제는 점점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교회 문화와 자신이 아는 복음에 괴리를 느끼고 힘들어하는 교회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교회나 선교단체 멤버가 뜻밖의 커밍아웃을 하여 사역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이제는 교회나 선교단체도 그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전에, 기독교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논의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보자.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동성애이슈는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동성애의 원인이 개인의 의도적 행위가 아닌, 애초부터 타고나는 생물학적 성향때문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 기독교 내부의 딜레마가 시작되었다. 의학과 심리학 등의 연구와 당사자들의 증언들이 축적되어, 이제는 동성애적 성향이 단순히 행동선택의 문제가 아닌 타고나는 성향의 문제라는 것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동성애가 행위가 아닌 타고난 성향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독교 안에서도 동성애를 다루는 태도도 나뉘게 되었다. 현재 기독교 사회 안에 보수적 교회나 신학자들은 (1) 기존처럼 성경 본문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동성애를 징벌적으로 거절의 입장이나 (2) 동성애 행위는 정죄하되,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며 이들에 대한 목화와 보살핌을 강조하는 비징벌적 거절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교회와 학자들은 (3) 동성애 성향의 교정은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수용하여 이성애 중심적 시각으로 동성애를 정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보면서 동성애를 교회에서 적절하게 수용하려 하거나, (4) 동성애도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합법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교단마다 동성애자에 입교, 성직 자격 부여 여부, 동성 결혼 허용 여부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교회의 경우,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보수 개신교 연합은 동성애차별금지법과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반대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독교 연대한국기독교장로회 임보라 목사, 한국청년기독교연합 등은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하기도 한다.

신학자들의 의견도 크게 둘로 갈라졌다. 우선 복음주의 계열의 존 스토트와 톰 라이트 등은 남녀의 결합을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질서로 보고, 동성애 행위는 이 질서를 어기는 죄라고 주장한다. 존 스토트는 성경의 동성애 관련 구절들은 명백하게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으며, 동성애에 관한 여러 가지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들을 달리 보는 것은 인간의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말한다. 톰 라이트 또한 바울이 동성애를 인간의 우상숭배로 말미암아 나타난 창조 질서 왜곡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해설한다. 이들은 남녀의 결합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가정과 그 안에서만 허락되는 성관계가 하나님이 제정하신 창조질서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공동체가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가진 성도를 환대하되, 동성애 행위는 금욕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을 목회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잭 로저스나 캐시 루디 등의 학자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성소수자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잭 로저스는 성소수자 관련 성경구절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헌신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성소수자 가정에 대한 사역의 경험을 제시한다. 또 캐시 루디는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가 가족을 우상시하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굳혀온 과정을 분석하며, 이에 대한 성찰과 비혼·성소수자 가정을 배제시키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성윤리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현재 기독교 공동체가 수용하기에는 양측의 논리 모두 불충분하다. 진보적 성윤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성경 해석에 대해서는 복음주의권에서는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이 해석하는 대로 이성애 가족을 중심으로 창조질서를 해석할 경우, 자칫 성소수자와 비혼 남녀를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현재 한국 기독교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성소수자 관련 논의는 대부분 동성애에 대한 찬반 논쟁에 머물고 있지만, 사실 성소수자 관련 이슈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제는 성소수자 관련 논의가 단순히 동성애에 대한 찬반 논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미 성소수자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의 결과들이 책이나 논문, 시민운동 등으로 나와 있다. 기독교 사회도 이 결과들을 존중하고 참조하여 논의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적어도 기독교 공동체와 성소수자의 관계에 대한 향후 논의에서 다음의 사항들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성정체성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흔히 알고 있는 이성애·동성애·양성애의 외에도 트렌스젠더, 태어날 때 남성이나 여성으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의 성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인터섹스(간성), 다른 성의 복장을 입는 것을 즐기며 자기표현의 권리를 주장하는 크로스드레서 등, 양성 중심의 이분법적 규범으로 설명 불가능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성경에 대한 근본주의적 해석만으로는, 섬세한 고민이 필요한 성소수자 이슈와 다양해지는 이 시대의 성 문화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성경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더 섬세하고 다양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사회의 성소수자 인구와 그 중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성소수자 인구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2000년도에 시작한 퀴어문화축제는 현재 매년 5만 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적극적으로 당사자성을 표현하는 성소수자나, 적어도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 LGBTI 커뮤니티의 사회적 욕구조사 최종보고서서』(2014)에 실린 소수자적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31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의 26.8%가 개신교, 12.8%가 천주교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사역하는 교회 또는 일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성적 지향과 기독교 신앙 사이에 괴리를 해결해보고자 고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추산해볼 수 있다.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성소수자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에 대한 질문을 숨기지 않는 청년들까지 생각하면, 기독교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답하는 것을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셋째, 한국교회가 동성애 이슈에 대해 반응해온 역사적 맥락을 고찰해야 한다. 한 집단의 사회적 행동은 그들이 수호하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정치적 맥락과도 연결되어있기 마련이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한국 교회의 반응에는, 성경적 진리 수호의 문제뿐 아니라, 교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계산도 섞여있었다.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동성애 이슈에 대한 기존 교회의 활동 양상을 성찰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필요하다.

복음주의자들은 복음에 대한 철저한 순종을 중시하면서도, 변화하는 사회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복음의 정신을 시대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실현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고민은 늘 치열하고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빠르게 달라지는 이 시대의 성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신학자들의 말처럼 성정체성은 우리의 정체성의 작은 일부일 뿐이며, 우리의 핵심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의 성마저도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캐시 루디의 말처럼, 이제는 소극적 침묵을 넘어, 하나님나라 복음에 합당한 성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이주일, 「동성애 기초 보고서」, 2015

임유경, 『모두의 성찬: 성소수자지지 교회의 사례로 본 퀴어 기독교인 시민권』, 서울대 인류학 석사논문, 2015

정희진 외, 『양성평등에 반대하다』, 교양인, 2017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최종보고서』, 2014

홍석용, 『성경이 말하는 동성애』, 동무출판사, 2015


잭 로저스, 『예수 성경 동성애󰡕(개정증보판)』, 한국기독교연구소, 2015

존 스토트, 『존 스토트의 동성애 논쟁』, 홍성사, 2006  

존 스토트, 『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개정판), IVP, 2011 

캐시 루디, 『섹스 앤 더 처치: 젠더, 동성애, 그리고 기독교 윤리의 변혁』, 한울, 2012

톰 라이트, 『모든 사람을 위한 로마서 Ⅰ부』, IVP,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