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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외로워 아름다운 미래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 서평

 박은영 / 복연 연구원

 우주선이 행성과 행성을 오가고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해지는 시대의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2019년 출간된 소설가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여행이 보편화된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 실린 7편의 단편 각각은 모두 먼 미래에는 가능해질 수도 있는 과학 기술이 가능하게 할 독특한 세계를 상상해본다. 얼굴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 받던 천재 과학자가 설계하고 싶었던 세상은 어떤 곳일까? 의사소통 체계가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이 사는 행성에 떨어진 우주 비행사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될까?

인간사가 다 그렇듯, 우주 비행이 일상화되고 마인드 업로드가 가능해진 시대에도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고 미래를 고민하며 외로움에 시달릴 것이다. 그때의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무엇 때문에 괴로워할까? 찬란한 기술사회의 한복판을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특히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그들과 가장 상이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과 가장 닮았거나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가장 다른 존재와는 반짝이는 소통의 순간을 경험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타자에게는 아무리 설득하고 설명해도 오해를 받는다. 사람들이 이해해보겠다며 다가오는 순간에도, 진실은 그를 살짝 스쳐 멀리 미끄러져갈 뿐이다. 그래서 외계 지성체와 인류 최초로 대면한 생물학자는 그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천재로 불렸던 화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남기지 않았으며, 인류 최초로 새로운 방식으로 우주를 여행하도록 선발된 우주비행사는 우주 대신 심해로 경로를 바꾸어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한편, 김초엽 소설에서 우주를 탐사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들 중에는 자녀를 둔 엄마들도 있다. 그녀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일을 한다. 과학기술이 몇 차례의 변혁을 겪은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잃은 여성의 존재는 사라진다. 그들은 여전히 가정과 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며, 힘들게 이룬 성과는 역사에서 잊히고 그들의 이야기는 왜곡되어 전달된다.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진실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고독하게 늙어간다. 김초엽이 그린 미래가 그토록 진한 여운으로 독자를 오랫동안 감싸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