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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나'는 정말 누구일까

category 복연 리뷰 2018. 4. 16. 16:15


‘나’는 정말 누구일까

-찰스 테일러, 『자아의 원천들』, 새물결, 2015


‘나는 누구일까?’ 유아기를 벗어나 성인기로 접어들 무렵 누구나 한 번 이상 던져보았을 질문이다. 우리는 보통 다양한 여정을 각기 거치며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정체성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다. 하지만 ‘현대’라는 독특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자아’에 관해 당연하게 전제하는 것들이 언제나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찰스 테일러는 『자아의 원천들』(Sources of the Self)에서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해석학적으로 탐구한다. 놀랍게도 현대적 정체성은 플라톤에게서 시작하여 중세의 대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데카르트와 로크에게 도달하여 일차적으로 완성된다. 이들의 중대한 통찰이 현대적 정체성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현대적 정체성은 고대나 중세와 완전히 단절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의 기여는 결정적이었고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현대인의 자아는 자연적이거나 본성적인 것이 아니다. 데카르트에 이르기 전까지 ‘자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자아’란 일종의 근대적 발명품인 것이다. 세계를 기계론적으로 파악하는 데카르트적 시선과 자신의 정신마저 일종의 기계로 대상화하는 로크적 시선이 ‘나’를 해석학적으로 창조해 냈다고 할 수 있다.

찰스 테일러의 논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대인의 자아는 단일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원천들이 현대에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의 탈주술화를 전제로 주체-대상의 관점에서 자아마저 대상화하는 거리두기, 선의 질서에 대한 관조나 명예-윤리에서 전환된 일상적 삶에 대한 긍정, 표현을 통해 완성되는 자아, 이 세 가지의 원천들은 각 현대인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하고 결합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자아’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해졌고, 그 의미는 과거에 비해 질적으로 달라졌다. 찰스 테일러는 이 책에서 현대적 정체성이 자연적인 것이 아닌 ‘형성된 것’임을 밝힘으로써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통찰력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주일/복연 연구원